“효율이 최고가 되면 안 됩니다” <8.28.2005>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30 08:34:31

대한 항공기를 타고 가면서 한국 영화를 한 편 보았습니다. 주인공이 사기꾼 여성입니다. 어떤 시골 총각이 기차에서 자기 보따리를 잘못 갖고 내린 것을 깨닫고 찾으러 갔다가 애인으로 오해를 받아, 위기 상황이 닥칠 때마다 평소 사기 실력을 발휘하여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것이 재미의 초점입니다. 남을 속이기 위하여 연인인 척 하던 이 처녀와 총각이 진짜 연인이 되면서 이 영화는 끝납니다.

이 닳고 닳은 사기꾼 처녀의 마음을 순화시켜 바른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서로 아껴주는 총각 가족들의 따뜻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집안에 치매 걸린 할머니가 한 분 있습니다. 엄연히 살아있는 손자를 죽었다고 해서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식구만 보면 배고프다고 보챕니다. 또 같은 옛날 얘기를 반복 반복 되풀이합니다. 어린아이처럼 되어버린 이 할머니를 가족들은 어르고 달래가며 가족의 한 일원으로 인정하며 살아갑니다.

옛날에는 집안에 망령 끼가 있는 노인이 한분 정도는 있었습니다. 동네에도 바보라고 불리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들에게 짜증을 내기도하고 놀려 먹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일원으로 간주하고 같이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 그렇습니다.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면 양로원이나 정신 병원에 집어넣어 격리시킵니다.

인간의 기능을 가장 중시하게 된 것은 미국의 교육 철학가 존 듀이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존 듀이가 등장하기 전 까지는 교육의 목표는 인간다운 인간을 키워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듀이는 교육의 목표를 사회에 유용한 사람으로 키워내는 데 두었습니다. 이러한 교육 사상이 미국의 교육 철학을 지배하게 되었고 마침내는 일반 사고까지 지배하여 효율을 가장 중시하는 현대 미국 문화를 창출해 내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미국적인 사상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에는 청렴한 사람이 존경을 받았지만 이제는 돈을 많이 못 벌면 무능한 사람으로 취급되어 비웃음을 받습니다. 거꾸로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지위를 차지했거나, 인기 연예인이 되면 인격에 상관없이 흠모의 대상이 됩니다.

예수님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챔피언이었습니다. 당시에 인간 대접을 못 받던 여성과, 어린이, 죄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정신을 따르려면 교회에서 효율이 가장 중요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싸워가면서까지 사역을 잘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다소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기를 펴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