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신세” <9.19.2004>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30 00:37:50

지난 봄 버지니아에 소재한 해외선교부를 방문했을 때에 50대에 들어선 성도님과 한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이 성도님은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말하며 중년 남편의 설움을 토로했습니다. 요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내와의 논쟁에서 점점 맥을 못 춘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선교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모여서 한 차를 타고 공항으로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8시에 교회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교통이 밀릴 때입니다.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하여서 어느 길로 가느냐에 관하여 의견이 갈렸습니다. 경험 있는 남편이 길을 제시했는데 아내는 의견이 달랐습니다. 왜 자신이 제시하는 길이 교통이 덜 붐빌 것인지 조목조목 이유를 드는데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해서 결국 아내가 원하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예상한대로 아내가 선택한 길에는 교통이 밀렸고 약속 시간을 못 맞추게 되어 직접 공항으로 가야했습니다. 남편은 내심 의기양양했습니다. 이제 잘못을 깨달았겠지!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얘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화제가 길을 잘못 선택한 데서, 남편이 아침에 꾸무럭댄 것으로 슬며시 바뀌어 있는 것입니다. 늦은 이유가 길을 잘못 선택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일찍 준비를 못한 탓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남편의 패배였습니다!

형제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늦게 떠난 것도 내가 꾸무럭대서 그런 것이 아닌데, 아내가 나를 공항에 떨어뜨리고 떠난 후에야 그 사실이 뒤늦게 생각났습니다. 하여간 아내와의 논쟁에서 이길 도리가 없습니다.'

40대가 지나면서부터 여성에게는 남성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고 남성에게는 줄어든답니다. 그래서 여성은 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되고 남성은 수동적이고 감성적으로 된답니다. 그래서 젊을 때에는 남편은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원하고 아내는 남편과 시간 보내기를 원하지만, 중년이 되면 거꾸로 남편은 아내와 시간 보내기를 원하지만 아내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원한답니다.

젊은 남편들은 아내들이 지금처럼 항상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을 알아야합니다. 지금은 아내가 남편 눈치를 보면서 살지만 40대를 넘으면 남편이 아내 눈치를 보면서 살게 됩니다. 그 때에 아내에게 구박 받지 않으려면 젊을 때에 점수를 많이 따놓아야 합니다.

중년을 지나 장년이 된 담임 목사로써 당혹해 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중장년 아내들에게 호소합니다. 젊었을 때에 다소 서운했던 점이 있었더라도 힘 잃어가는 남편들에게 긍휼한 마음을 갖고, 끼니때면 밥도 챙겨주고, 심심해하면 같이 놀아주고, 어디 갈 때에는 동반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