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의도로 다쳐주는 일” <7.18.2004>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29 23:56:28

제목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불란서 작가 모파상의 단편집 중에서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빵집 주인 딸이 매일 아침 빵을 사러오는 어떤 청년에게 연정을 느낍니다. 이 청년은 돈이 없어서인지 항상 빵만 사고 버터는 사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처녀는 청년 몰래 빵 속에 버터를 넣어 주었습니다. 다음날 이 청년이 노발대발해서 찾아왔습니다. 건축가인 이 청년은 연필로 도면을 그리다가 실수를 하면 빵가루를 뿌리고 문질러서 지우는데 처녀가 넣어준 버터로 도면을 다 망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갖고 남을 다쳐 주기가 쉽습니다.

기독교 인터넷 신문에서 읽은 기사입니다. 어떤 기독청년학생연합회 주최로 동성애에 관한 강연회를 가졌는데 결론은 이것이었습니다. '사랑은 무조건 축복할 일이다. 사랑을 막는 것이 죄다.' 서울의 잘 알려진 한 진보적인 교회 목사님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억압에 맞서 싸우는 것이 기독교의 참 정신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성애자 대부분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깊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업하고 있는 한 정신과 의사가 말해주었습니다.

이런 상황 하에서, 동성애에서 벗어나도록 권면하고 돕는 것이 사랑이지,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동성애를 회개하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간구함으로 자유함을 맛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선한 의도로 남을 다쳐주는 예를 여기저기에서 봅니다.

자녀들의 기를 키워준다고 자녀들을 훈련시키지 않고 망나니로 키우는 부모. 노름하는 사실을 감춰주어서 남편을 더욱 더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아내. 목장 식구들의 이기적인 요구에 다 응하여서 그들이 계속 어린 상태로 머물게 하는 목자. 다 같은 경우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단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제가 가정 교회를 시작할 때가 그랬습니다. 신약 교회를 회복한다고 하다가 오히려 교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지만 결과를 보면 잘 된 것 같습니다. 북한 동포를 돕는다고 수많은 구호물자와 구호금을 이북에 보내는 것이 김정일 독재 체제 붕괴를 지연시켜 오히려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 테러를 근절한다고 사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 오히려 더 많은 테러활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이에 대한 답도 시간이 지나야 분명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