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가정 교회를 시작할 때에 목장 숫자가 23이었습니다. 목자도 교인도 숫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목자들과는 격주로 돌아가며 점심 식사를 하곤 했습니다.
요즈음은 이런 것은 꿈도 못 꿉니다. 식사를 같이 하자면 오가는 시간을 합쳐서 적어도 3 시간을 소요해야합니다. 식사를 위해서는 일 주일에 이틀 이상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방문이나 연수오신 목회자들(선교사님들)이나 임명 받아야할 대행 목자가 끊임없이 생깁니다. 이분들을 만나는 데에 이 시간을 거의 다 사용해야합니다. 전에는 목자는 물론이고 저와 한번 만나서 신앙적인 대화를 나누면 예수님을 영접할 것 같은 사람들과도 점심 식사를 같이 나누곤 했으나 이제는 이것도 생각조차 못합니다.
대행 목자 후보 내외를 만나 식사를 하는 이유는 대행 목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지 살피고 대행 목자로써 해야할 일을 설명해주기 위함입니다. 이 시간이 저에게는 즐거움의 시간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예수를 믿지 않거나 영적으로 어렸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숙되어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뿌듯합니다.
이 시간이 즐거움인 또 하나의 이유는 설교하는 보람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대화 중에 흔히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대행 목자가 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끼지만 분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고, 맡을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할 수 없이 대행 목자 직을 수락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를 많은 분들이 제 설교에 둡니다. '그 주일에 목사님께서 하신 설교가 꼭 제게 주는 말씀 같아서 결심했습니다.'
저는 설교자로서 자신을 하나님의 스피커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설교 후에는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는 수가 많습니다. 한 말을 생각해내기 위하여 기억을 더듬어야 할 때가 많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무척 기쁩니다.
보통 교인들이 은혜 받았다고 말할 때에는 설교자가 자신의 생각을 잘 대변해주었다는 뜻입니다. 말을 바꾸자면 자기 마음에 드는 말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는 말을 들어도 덤덤합니다. 그러나 대행 목자 후보들은 설교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주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도록 결심케 했다고 간증해 줍니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귀한 대행 목자들을 임명받을 때 외에는 만나서 식사를 나눌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