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26일 작성된 게시물이 관리자에 의하여 목회자코너 게시판에서 이곳으로 복사되었습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 때에 복학한 선배가 한 분 있었습니다. 여름 방학에 여동생이 친구들과 동해안 화진포에 캠프를 가는데 보호자로써 같이 가달라고 졸랐습니다. 여자가 세 명이고 남자는 선배 혼자입니다. 쑥스러워서인지 저와 제 친구 둘을 같이 가자고 청했습니다.
새벽에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탈 예정이었는데 아침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습니다. 길이 침수되는 바람에 제가 탄 버스가 이리 저리 돌아서 청량리역에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출발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떠났으려니 생각하고 도착해 보았더니 의외로 일행이 기차를 떠나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때 일행 중의 하나가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제 아내였습니다. 만일 이 때 저를 떼어놓고 갔다면 아내를 못 만날 뻔했습니다.
이날 늦은 것은 비 탓도 있었지만 평소의 제 습성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강의 시간을 비롯하여 무슨 약속이든 다 늦곤 했습니다. 하도 시간을 못(안?)지키니까 수학 여행 떠날 때에는 친구들이 아예 나를 자기 집에서 재워서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예수님 영접하고 난 후에 바뀌었습니다. 남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건방진 것이고 자기 중심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적인 약속에 가끔 늦는 일이 있는데도 요즈음은 칼날 같이 시간을 지키는 목사라고 부르는 사람까지 생겼습니다.
제가 시간을 못 지켰기 때문에 항상 늦는 분들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다른 약속 시간에는 다 늦어도 주일 예배 시간에만은 절대 늦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배 시간은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5-10분 일찍 와서 마음을 정돈하고 드리는 예배와 허겁지겁 뛰어들어와 드리는 예배에는 받는 은혜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맨 앞부분에 있는 광고는 예배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고 끝나기 전에만 본당에 들어서면 지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연수오신 김현회 목사님이 보고서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광고 시간은 단지 공지사항의 전달이 아니라 온 교우들이 교회의 전체적인 삶에 동참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광고 시간은 주님의 존전에서 성도들의 사귐이 이루어지는 예배의 일부입니다.
다음 달부터 매월 첫 주에 지각하는 분들에게는 딱지를 떼겠습니다. 매달 통계를 내어 지각하는 분들의 숫자를 주보에 실리겠습니다. 늦는 습관이 있는 분들이 참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이런 강압적인 방법이라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추려 말고 아예 5분전에 도착하는 습관을 들이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