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르완다와 우간다에서 가정교회 1일 특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프리카에는 모든 교단에 주교(Bishop)라는 직분이 있습니다. 한국 장로교회 상황에 비추면 노회장에 해당하는데, 한국 노회장과는 달리 공권력이 있고, 평생 직분입니다. 산하 교구에는 작게는 100개, 많게는 수백 개의 교회들이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가정교회 1일 특강을 가졌습니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가진 특강에는 17개 교단을 대표하는 주교 40명이 참석했는데, 각각 다른 교단에 속한 주교들이 이처럼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고 관계자들이 놀라워했습니다. 우간다 캄팔라에서 가진 특강에는 약 70명의 주교가 우간다 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인 케냐 등지에서도 참석했습니다. 대부분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가정교회에 헌신하겠다는 사람들도 나왔습니다.
같은 기간에, 이상래 동아프리카 선교간사(남가주 미라클랜드 침례교회)를 비롯한 목회자와 목자 내외들이 목회자 컨퍼런스와 목자 컨퍼런스를 인도했는데, 우간다에서 한 목사님이 우리를 결혼식 피로연에 초청해 주었습니다. 우간다에서는 결혼식 한 다음날 따로 피로연을 갖는다고 하는데, 이 피로연은 야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푸른 잔디 위에 하얀 카펫을 깔고 그 끝에 단을 높여 신랑 신부를 왕과 여왕처럼 앉히고 주위에 하얀 천막을 치고 하객들을 앉혔습니다. 그런데 신랑 신부가 입장할 때 얌전하게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리듬의 삼바 풍의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입장했습니다. 그 춤은 요즈음 한국 TV에서 자주 보는 힙합 댄스에서 힘을 빼고 동작을 극소화 시킨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피로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춤으로 일관했습니다. 들러리도 춤을 추며 입장하고, 소개 시간에 양가 친척들도 춤을 추며 나오고, 직장 동료들도 춤을 추며 나와 신랑 신부에게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온 몸이 리듬으로 꽉 차 있어서 음악이 나오면 자연적으로 몸이 반응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프리카 흑인이라고 하면 전쟁이나 벌이고,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이런 즐겁고 아름답게 춤추는 모습은 놀라움과 더불어 진한 감동을 심어 주었습니다.
다양한 그룹들이 신랑 신부 앞에 나와 서서, 마이크를 돌려가면서 덕담을 했습니다. 덕담에는 자녀가 잘 되기를 원하는 부모의 애절한 마음, 조카들을 향한 삼촌 이모 고모들의 사랑, 진심으로 복을 비는 친지들의 축복이 담겨져 있습니다. 피부 색갈이 까만 흑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덕담에는 하나님의 뜻대로 살라는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었는데, 흑인들은 무속 신앙을 가졌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저는 이들의 생활화된 깊은 신앙생활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감동도 받았습니다.
모든 그룹들의 덕담이 끝난 후에 신랑측 가족들과 신부측 가족들이 다시 모두 나와서 상대방 가족들을 마주보며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다가 차츰차츰 앞으로 다가가더니 양가 가족이 한 덩어리가 되어 춤을 추며 허그를 하였습니다. 한 가족이 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 눈물이 났습니다.
사실 이때 뿐 아니라 피로연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왜 그랬을까? 저는 아름다운 것을 볼 때 눈물을 나는데, 피로연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즐겁게 춤추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성경에 ‘춤춘다’는 구절이 등장하는데, 천국에서 추는 춤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 예수님이 재림하셔서 신부인 교회(구원받은 성도)와 혼인 예식을 갖는다고 했는데 (계 19:9), 이 예식도 한국식이나 미국식의 경직된 예식이 아니고 여기서 목격한 것같은 결혼식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제 눈물에는 회개도 담겨져 있습니다. 제가 피로연에서 이처럼 놀라워하고 감동했던 것은 흑인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대치가 낮았던 것은 인종적인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인종적인 편견은 인종적인 우월감에서 비롯합니다. 모든 우월감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것과 비교 대상이 가장 못하는 것을 비교하는 데서 생깁니다. 제 가슴속에도 이런 인종적인 우월감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흑인들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수한 면이 많습니다. 춤을 아름답게 출수 있는 리듬 감각 뿐 아니라, 음악성도 뛰어납니다. 크리스천들이 모였을 때 누가 찬양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이 화음을 더합니다. 그러면 누군가 한 명이 선창을 시작하여 찬양을 리드하면서 노래는 더 아름다워지고 흥겨워집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찬양을 들을 때마다 천사들의 노래가 이런 것이 아닐까 는 생각이 듭니다. 계시록은 천국에 찬양대가 있을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계 14:3) 찬양 대원의 대부분은 흑인일 것입니다. 흑인들은 또한 체력적으로도 다른 인종보다 우월합니다. 미국 인기 경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에게는 거의 모두 흑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이제는 흑인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전에는 까만 얼굴만 보였는데, 이제는 예쁜 얼굴, 수줍은 얼굴, 따뜻한 얼굴, 지혜로운 얼굴이 보입니다. 그럴 일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하나님께서 저보고 아프리카에 가서 살라 하시면, 사람들이 무서워서 못 살겠다는 핑계는 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간다 결혼식 피로연
결혼 축하 케이크를 짤라 하객들에게 나눠주기 위하여
옷을 갈아입고 춤추며 다시 입장하는 신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