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북미 컨퍼런스에서 저는 강의를 하지 않고 조남수 목사님(일본 카와사키 초대교회)이 인도하는 ‘기도의 삶’을 수강하였습니다.
강의를 통하여 많은 것을 배웠고, 많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에는 보통 생각을 통해 하시고, 심적인 부담은 기도하라는 초청이다 라는 말씀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염려와 걱정이 떠오를 때 즉시 기도로 바꾸어 하나님께 아뢰는 습관은 들였지만, 심적인 부담이 기도 초청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이라도 무겁게 하는 생각이 떠오르면 즉시 기도로 하나님께 아뢰기 시작했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또 제 개인 기도 생활도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부끄럽지만, 교인들의 눈이 의식되어서 새벽 5시부터 8시까지의 기도 시간을 철저하게 지켰는데, 은퇴 후에는 기도 시간이 느슨해 졌습니다. 기도 자리에 늦게 앉기도 하고, 기도 시간에 딴짓을 하기도 합니다. 이제 다시 철저하게 새벽 기도 시간을 지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이번에 기도의 삶을 수강하기로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 목사님의 강의를 듣고 중보 기도 팀을 조직해서 운영하는 교회마다 좋은 결과를 보고합니다. 이런 긍정적인 보고를 들으면서 중보 기도 팀을 만들어 지원을 받도록 가정교회 목회자들에게 권장하고 싶은데, 기도의 삶에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니까 강하게 드라이브할 수가 없어서 직접 조 목사님의 강의를 수강하기로 했습니다.
중보 기도 사역에 관해 제가 갖고 있던 우려 중의 하나는, 비밀 보장이었습니다. 중보 기도 팀의 멤버 중에는 신앙 연륜이 짧거나, 남이 부탁한 기도 제목을 쉽게 남에게 누설할 수 있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 목사님 강의를 들으면서, 중보 기도 팀을 철저하게 훈련시키고, 기도 팀원이 기도 제목을 제출한 사람에게 응답 여부 묻는 것을 금하고, 기도 제목을 누설하는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징계한다면 문제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강의한 분의 영성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납니다. 기도의 삶에서 교재로 사용하는 이동원 목사님의 저서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은 교회들이 이 책에 근거하여 중보 기도 팀을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 목사님 강의가 특별히 은혜가 되었던 것은 강의에 가정교회 정신이 배어 있고, 조 목사님의 영성이 깊기 때문입니다.
조 목사님은 서울에서 교회를 개척하여 교인이 약 1,000명 쯤 되었을 때 교회 건축을 마치고, 30년 전에 일본에 선교사로 가서 동경 근교에 가와사키 초대교회를 창립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전통적인 목회를 하다가 가정교회를 접한 후에 가정교회로 전환시켜 현재 장년 출석이 약 300명 되는 교회로 성장시켰습니다. 일본 교회 평균 교인 숫자가 30~40명인 것을 고려하면, 메가 처치입니다. 가와사키 초대교회는 매년 15명~20명에게 장년 세례를 주고 있습니다. 일본 교회 70%가 1년에 한 명도 세례를 주지 못하는 것에 비교하면, 기적에 가깝습니다.
조 목사님은 가정교회를 잘 정착시켰을 뿐 아니라 일본에 가정교회를 잘 전파하고 계십니다. 매년 목회자와 평신도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는데, 이 세미나를 통하여 가정교회를 배워서 잘 정착시킨 일본인 목회자들 가운데 평신도를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목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일본 목사가 담임하는, 일본인 교회에서, 목회자를 위한 세미나도 개최될 예정입니다.
미신이 심한 일본에서 전도의 열매가 맺어지는 것도 신기하고, 사생활을 감추고 싶어하는 일본인들이 숙식을 제공하며 가정교회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가정교회는 주님이 꿈꾸셨던 교회이기 때문에 시대와 지역과 문화를 초월한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정교회 목회는 기도 목회입니다. 그래서 가정교회 목사님들은 대부분이 하루에 2~4시간 기도합니다. 그러나 담임 목사 혼자 기도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교회적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신약교회 회복을 저지하려는 영적 세력으로부터 치열한 공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를 도입할 때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은 이러한 영적 싸움을 혼자 싸우려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목회자 컨퍼런스에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은 ‘가정교회 길라잡이’나 ‘새로운 삶’을 수강하도록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기도의 삶을 제일 먼저 수강할 것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생명의 삶을 제외한 다른 삶 공부는 교인들이 목장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 져야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컨퍼런스에서 서둘러 수강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도의 삶을 먼저 수강해서 중보 기도 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도 후원 없이 정보만 갖고 가정교회로 전환하려면 많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길라잡이보다 중보기도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됩니다.
생명의 삶을 제공하여 교인들에게 신학적인 기틀을 닦아주고, 중보 기도 팀을 형성하여 영적인 보호막을 쳐주면, 가정교회로 전환하거나 정착시키려 할 때 엄습해 오는 영적 공격을 넉넉하게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조남수 목사와 최영기 목사 내외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