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찍을 것인가?" <8.19.2016>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24 05:38:51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가 지명되었습니다트럼프 후보는 선거에 출마한 경험도당선된 경험도 없는 사업가입니다주로 부동산 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습니다트럼프는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여성 비하인종 차별에 관한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습니다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솔직함으로 보이고 속을 시원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그런데선거 후보들이 발언한 내용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단체 조사 결과에 의하면트럼프 발언의 80% 이상이 사실이 아니고 과장되었거나 왜곡되었다고 합니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출생하지 않았다든가이슬람교 신봉자라는 등).

 

이런 식의 선동적인 발언이 먹혀 들어가는 이유는급변하는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전통적인 가부장 제도에 익숙한 사람들은 여권의 급격한 신장에 두려움을 느낍니다백인 우월주의자들은 급격한 소수 민족의 증가 때문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생산직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정보 사회로 급변하는 가운데 전통적인 직장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낍니다이런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대변해 주니까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트리니티 신학교에서 오래 봉직했던 Wayne Grudem라는 영향력 있는 조직 신학 교수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신앙 양심이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트럼프에게 투표해야 한다고까지 말했습니다이유는 낙태와 동성 결혼 때문입니다이 두 가지를 지지하는 진보주의자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면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대법원 공석을 채울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입니다미국은 다양한 종교를 가진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대통령이 기독교적인 윤리와 합치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은 좋지만기독교인이 아닌 국민들에게까지 기독교 윤리를 제도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그렇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에는 동성결혼을 반대했지만대법원에서 동성결혼이 합헌이라고 판결을 내릴 즈음에 지지로 입장을 바꾼 것은국가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바르게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마음속으로부터 울어 나와야 합니다힘으로 강요하면 중남미 천주교처럼 기독교 용어만 도입한 미신적인 종교로 전락합니다

 

낙태는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태아를 살해하는큰 죄입니다동성결혼은 창조주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자연 질서에 역행하는큰 죄입니다크리스천은 이런 진리를 끊임없이 외쳐야 하고이를 모르는 사람들을 선도해야 합니다불이익을 당하고, 핍박을 받는다 할지라도 이 신념을 굽혀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후보자가 낙태와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인격이나 능력에 상관없이 지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두 가지 이슈에 목숨을 거는 기독교인들은 정치가들에게 이용당하기 쉽습니다헬라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Bauer’s Greek Lexicon(헬라어 어휘 사전)의 저자인 Walter Bauer 교수는 신학적인 이유로 반 유대인적인 사상을 갖고 있었는데아돌프 히틀러가 등장했을 때 그를 지지했었고그의 논문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Evangelical(복음주의자)’라는 딱지가 붙은 크리스천 지도자들이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고 있습니다공화당이 낙태와 동성애를 반대하니까트럼프처럼 반 기독교적인 사고를 갖고 있고비윤리적인 사람까지도 공화당 후보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지지합니다.

 

국가 정책이 기독교 윤리에 완전히 부합될 수도 없고부합되어서도 안 된다면크리스천들은 정치참여를 포기해야 하는가아닙니다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에게 주어지는 선거권을 포기하는 것은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표할 때 어떤 사람을 찍을 것인가?

 

저는 개인적으로 착한 사람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특히 대한민국 선거에서)착하다는 것은 성격이 온화하거나인격적으로 완전하다거나과거에 흠이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남을 배려하는 사람특히 힘 없는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정치적인 목적으로 자선 단체나 시민 단체를 만들어 이끄는 사람 말고권력을 잡기 위하여 민중을 외치는 사람들도 말고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에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하나 더 덧붙인다면 맡은 일을 수행해 낼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높은 자리를 차지했다는 사실만 과시하지 말고공직이건,  사기업이건맡은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실적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뽑기 위해서는 한두 개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서 그것이 후보자 인격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의 농간에 놀아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조부가 친일파였거나아버지나 큰형님이 월북했다 할지라도그 사실이 본인이 과업을 수행하는데 진정으로 지장을 주는지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좋은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고나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7:17~18). 정당, 정파, 지연, 학연에 상관없이배려와 성실이 두 가지를 갖춘 사람을 선출한다면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국가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