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 서울 교회에서는 지난 주일에 집사 안수식을 가졌습니다. 가정교회 연수를 왔다가 안수식에 참석한 목회자들이, 서울교회 안수식이 일반 교회 안수식에 비해 독특하고, 은혜가 된다고 말합니다. 안수식에 관해 글을 써달라는 요청이 있어 원장 코너로 올립니다.
제가 1993년에 휴스턴 서울 교회에 부임하던 해에 3명의 안수 집사를 세웠습니다. (침례교회의 안수 집사는 타 교단의 장로에 해당합니다. 휴스턴 서울 교회에 서리 집사는 없습니다.) 저는 당시 14년 된 교회 3대 목사로 부임하였는데, 제가 집례 했던 첫 안수식은 지금까지 서울 교회에서 해오던 대로 거행하였습니다. 그런데 모순점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수를 축하한다고 하객들이 선물과 축의금을 들고 오는데, 이것이 모순되게 느껴졌습니다. ‘집사’라고 번역된 헬라 단어는 현대 말로 표현하면 ‘웨이터’입니다. 안수 집사가 되는 것은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머슴이 되는 것인데, 이를 축하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수받는 사람들이 하객들에게 음식을 차려서 대접하는 데, 이것도 모순되게 느껴졌습니다. 집사가 되는 것은 종이 되는 것인데, 신분 격하가 된 사람이 축하 턱을 낸다는 것은, 강등 된 군인이 한 턱 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해부터 안수식 내용과 형식을 바꾸었습니다. 안수 집사가 되는 것은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된다는 개념을 나타내는 안수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우선 안수 받는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축의금을 주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안수 받는 가정이 안수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것도 못하게 했습니다. 대신에 이미 안수 받은 집사 가정들이 음식을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아내들이 음식을 장만하고, 집사들이 서브하도록 하여, ‘앞으로 같이 고생할 동지’를 환영하도록 했습니다. 안수 받는 내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 하도록 했습니다.
안수 받는 사람이 교회에 기념품을 기증하는 것도 금했습니다. 재력이 없는 사람도 안수 집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대형 교회에서는 장로로 안수 받는 사람들은 5천만 원, 권사로 임명 받는 사람들은 3천만 원의 헌금을 교회에 바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돈 없는 사람들은 중직자로 섬길 수가 없습니다.
약간 다른 얘기지만, 일반 교회에서는 재력이 있는 분에게 교회 재정을 맡겨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 개인 돈으로 채우는 것이 관행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재무 담당자가 교회가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생각 되고, 목사는 이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재무의 은사가 있어도 재력이 없으면 재무부장이나 회계로 섬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재무부장이나 회계는 헌금의 의무 없이 재무 사역만 감당하도록 했습니다.
안수의 의미와 더불어 안수식 순서 자체도 조정을 하였습니다.
일반 교회 안수식에서 예배가 너무 깁니다. 별 의미 없는 순서를 너무 많이 넣어서 안수받는 사람들도, 참석한 사람들도 지치게 만듭니다. 그래서 안수하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수많은 목회자들이 줄줄이 나와서 안수하고 기도해주지 말고, 여럿이 한꺼번에 나와 안수하도록 했습니다.
안수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한꺼번에 안수도 하고 기도도 하도록 하였습니다. 우선 안수 받을 사람들 내외가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 앉습니다. 그러면 제일 먼저 내빈으로 참석한 목회자들과 휴스턴 서울 교회 교역자 내외가 한꺼번에 나와, 남성들은 안수받을 분 몸에 (머리가 아니라) 손을 얹고, 여성들은 배우자 몸에 손을 얹고 통성으로 기도합니다. 다음에 서울 교회 안수 집사 내외가 나와서 남성들은 안수받는 사람 몸에 손을 얹고 , 안수 집사 아내들은 배우자 몸에 손을 얹고 통성으로 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담임 목사인 제가 안수받는 사람 내외 한 사람 한 사람 머리에 손을 얻고 기도를 하는데, 한 사람 당 3-4문장 정도로 간단 간단히 기도합니다.
안수식이 형식적으로 되기 않도록 하기 위하여 안수받는 분 경력을 소개할 때에는 이력서를 읽는 대신에, 그분을 잘 아는 목장 식구나 친지가 나와서 그분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말하도록 했습니다.
안수식 설교는 가정교회를 하는 목사님께 부탁하였습니다. 일반 교회를 담임 하시는 목회자들은, 담임 목사를 잘 섬기라든지, 엉뚱한 권면을 하는 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안수받는 사람들에게 주는 권면의 말씀은 목회자가 아니라 선임 집사들이, 매 년 한 명
씩 돌려가며 선배로서 조언을 주도록 하였습니다.
안수식 마지막에는 안수 받은 분들과 배우자들이 단위에 올라와 가족을 소개하고 부부 각각에게 7-8분의 시간을 주어 안수 받은 소감과 포부를 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였을 때 연수 오신 목회자들로부터 의미 있고 은혜가 있는 안수식이라는 평을 듣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