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의 섬김, 성도의 섬김" <6.20.2014>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24 04:26:34

제가 서울 교회를 담임 목회할 때금요일 밤에는 목장을 돌아가며 방문하였습니다저에게는 이것이 일종의 그룹 심방이었습니다그래서 밥 먹을 때 남자 여자가 따로 먹지 않고 같은 식탁에 앉아서 먹게 하여목장 식구들의 가정생활직장 생활자녀 근황에 관해 들었습니다이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으면 나눔의 시간에는 많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10시 쯤 되면 저와 아내는 일찍 일어나 나왔는데집에 돌아올 때에는 항상 미안하고 부끄러운 느낌이었습니다교인들이 너무나도 힘든 삶을 살고 있는데 목사인 나는 너무 편하게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또한 목자 목녀들이저는 흉내 낼 수도 없는 헌신과 희생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그래서 언젠가는 아내에게 한 번 물었습니다. “교인 숫자가 많아서 그렇지나도 목자가 되어서 10명 정도만 데리고 목회를 하면 우리 교회 목자 목녀처럼 잘 섬길 수 있을까?” 아내는 한 마디로 잘라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림도 없어요!”

 

하나님께서는 제가 목자 감이 못 되어서 저를 목사로 삼으신 모양입니다.

 

목자 목녀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탄하고부끄러움까지 느끼지만그렇다고 죄책감을 느꼈던 것은 아닙니다목회자와 성도 간에 섬기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내가 목자들처럼 섬기지도 못하고섬길 수도 없지만저는 목사로서 나름대로 헌신적으로 섬겨보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신약교회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분이 없었습니다초대 교회에서도 구분이 없었습니다이 구분은 4세기에 콘스탄틴 로마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후에가정교회가 폐지되고 건물 중심의 교회가 교회의 전형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국적인 시스템이 교회 안에 도입되어 생겨진 결과입니다.

 

그러나 신약 교회에 성도와 목회자들 사이에 신분의 구별이 없었다고 해서사역의 구별도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가정교회 3번째 기둥으로 우리가 꼽고 있는 엡 4:11-12를 보면사도 바울은 말씀 사역자의 사역과 성도들의 사역에 분명한 구별을 두고 있습니다.

 

11절에 등장하는 사도예언자복음 전하는 자목사와 교사는 현대 상황에서는 신학 교육을 받고 안수 받은 말씀 사역자즉 목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사도 바울은말씀 사역자의 사역은 성도들을 온전케 하는 것이고성도들의 사역은 목양을 하고 그리스도의 몸(교회)을 세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오늘날의 표현을 하자면목사의 사역은 평신도들을 훈련시키는 것이고평신도의 사역은 목양을 하고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말씀 사역자와 성도들 사이에 사역의 구분이 있습니다그러므로 사역이 다르니까 섬김의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목사는 기도와 말씀으로 섬겨야 하고, 평신도들은 영혼 구원으로 섬겨야 합니다그렇다고 목회자가 영혼 구원에서 손을 떼야한다는 말이 아니고평신도가 기도와 말씀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주 된 사역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목회자와 평신도는 주신 사명에 합당하게 최선을 다해 섬기면 되지목회자가 평신도처럼 섬기지 못하거나평신도가 목회자처럼 섬기지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군대의 예를 들어도통신병은 통신만 할 줄 알면 되지 운전을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고운전병은 운전만 잘 하면 되지 무선 교신을 못한다고 부끄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목사와 평신도의 섬김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이처럼 말씀드리는 이유는목자 목녀들 가운데 사역이 힘들어지면 목사와 사모는 왜 자기들처럼 집도 공개하고음식을 대접해 가며 목장을 맡아 섬기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가정교회로 개척을 하는 목회자들이 직접 목자로 섬겨 목장을 분가시키고가정교회로 전환하는 목회자들이 집에 교인들을 불러다가 식사 대접을 하면서 시범 목장을 하니까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목회자 가정이 목자 목녀가 되어 잠정적으로 섬길 수는 있지만영구적으로 섬길 수는 없습니다그렇게 하다보면 본연의 임무인 말씀 사역과 기도 사역이 소홀해 져서 성도들이 영적으로 메말라지기 때문입니다영적으로 메말라지면 목자 목녀들은 더 이상 영혼구원의 사역을 감당해 내지를 못합니다.

 

담임 목사가 깊은 기도 시간을 안 갖거나말씀을 건성으로 전하거나성도를 훈련시키는 일에 게을러서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 불평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그러나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목자 목녀처럼 섬기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