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목회자를 위한 컨퍼런스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서, 개회식에서 제가 말했던 내용 일부를 글로 정리해서 올립니다.
가정교회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아니고 주님이 원래 꿈꾸셨던 교회이기 때문에, 진정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목사에게 가정교회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입니다. 이런 확신이 가정교회를 지속하게 하는 동인이 되기도 하지만, 가정교회를 하지 않는 목회자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끔 만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가정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대형 교회 목회자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신자 전도가 아니라 수평 이동에 의해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도 못마땅하고, 비신자에게 전도하여 이들이 일군이 될 만큼 성장했을 때 자녀 교육 등을 핑계로 대형 교회로 옮겨가는 것이 마치 대형 교회의 책임인 듯, 원망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정교회 목회자들은 대형 교회에 대해 적대감을 갖지 말아야 합니다. 갈등으로 인해 지역 교회가 깨어질 때, 대형 교회들은 탁월한 주일 설교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깨어진 교회 교인들을 유치해서 교회생활에서 떠나지 않도록 잡아 줍니다. 또 풍성한 인적, 물적 자원를 이용하여 수양관과 같은 좋은 시설을 지어 다른 교회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사회 복지 사역과 공익 사역을 벌여 교회 위상을 높이기도 합니다.
대형 교회뿐만이 아니라 가정교회를 정식으로 하지 않는 교회를 짝퉁 교회라고 부르며 비하하는 가정교회 목회자들도 있습니다. 이것도 안 됩니다.
큐티를 통하여 교회를 잘 성장시키고 있는 한 여성 목회자가 가정교회에 관심을 갖고 저에게 자문을 구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교회는 많은 여성들의 삶을 회복시키고 이들의 남편들을 구원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정교회로 전환하자면 무리가 갈 테니, 하던 대로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현재 이 교회는 정식 가정교회는 아니지만 목장, 목자라는 이름을 도입하고 가정교회 원리를 사용하여,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교회들을 용납한다고 해서, 이들을 수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원칙을 굽히게 되면 가정교회는 존재 가치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니다. 신약교회를 회복하려면 오히려 고집스럽게 일반 교회와 확실한 차별화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세상의 소금인데, 짠 맛을 상실하면 존재 가치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신약교회를 회복하려는 목회자들은 크리스천들로부터의 칭찬, 목회자들의 박수, 미디어의 관심을 기대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거부와 비난을 예상해야 합니다. 인간에게는 낯선 것을 배척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적인 교회를 추구하는 가정교회가, 일반 교회 목회자들이나 교인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고 거부감이 생길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하나님의 칭찬만을 추구해야 합니다.
오래 전에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최근에 다시 한 번 관람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9세기 아프리카에서 있었던 역사적인 사건에 기초한 ‘Zulu(줄루)’라는 영국 영화입니다.
1879년에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거주하는 줄루라고 불리는 용맹한 부족이 영국군에 대항하여 항쟁을 일으켰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22일에 이들은 1,300명으로 구성된 영국 정예 부대를 공격하여 몰살시켰습니다. 이들은 여세를 몰아서 근방에 있는 요새를 공격하였습니다. 이 요새는 PX겸 야전 병원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마침 작업을 벌이고 있던 공병대와, 몇 안 되는 요새 요원들, 치료받고 있던 부상병들, 다 합쳐서 150명밖에 안 되는 군인들이 3,000-4,000명의 줄루 부족의 인해전술에도 불구하고 이틀이나 요새를 방어했고, 마침내 줄루 전사들로 하여금 이 요새를 포기하고 떠나가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공로로 인하여 150명 중 11명이, 수만 명 중에서 한두 명이 받을까 말까하는, 영국 최고의 무공 훈장인Victorian Cross(대한민국 태극 무공 훈장에 해당)를 수여받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훈장을 받은 사람 가운데 총을 한 번도 쏘지 않은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야전병원 의사였습니다. 이 의사는 줄루 전사들이 파상적으로 공격해 오고, 얼굴을 인식할 정도의 근거리까지 접근해 와도, 부상자를 치료하고 수술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줄루 전사 한 명이 천정을 뚫고 칼을 휘두르며 뛰어내리다가 총격을 받고 수술대 옆에 떨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수술을 계속하였습니다.
훈장을 수여를 위한 개인 면담이 있었다면, 심사관은 이 의사에게 몇 명의 적군을 사살했느냐고 물었을 것입니다. 그때 한 명도 못했다고 답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 여왕은 이 의사에게 최고의 무공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비록 전과는 없었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가운데에서 흔들리지 않고, 부상한 군인들을 살리고자 최선을 다하여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정교회 목회자들이 이 의사처럼 되면 좋겠습니다. 많은 열매를 거두지 못한다 할지라도, 한 명의 죽어가는 영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목회자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어떤 비판과 공격 앞에서도 사명감이 흔들림 없이 주님이 세워주신 자리를 지켜서, 주님 앞에서 심판 받는 날 천국의 최고 무공훈장을 받게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