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훈련으로 잘 알려진 어떤 목사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가정교회로 흘러갔습니다. 이분은 가정교회에 관해 많은 호기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자 훈련을 오래 했던 분들이 가정교회로 전환한 것을 보았고, 가까운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가정교회를 하는 분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를 설명해 주었을 때 이 목사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부분에서 수긍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분의 태도를 바꾸게 만든 것은, 가정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가정교회 자체가 아니고 신약 교회라는 말 한 마디였습니다. 우리는 신약 교회가 가정교회이기 때문에 가정교회를 추구하는 것이지, 가정교회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이 유적이 발굴되고 옛 문헌이 발견되어, 신약 교회가 가정교회가 아닌 딴 형태였다는 것이 발견되면 가정교회 목회자들은 주저 없이 현재의 가정교회를 버리고 바로 그 ‘신약교회’를 추구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 후부터 긴장을 풀고 제 말에 마음을 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경험이 저로 하여금 생각하게끔 만들었습니다. 가정교회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가정교회 자체 때문이 아니라 가정교회를 설명할 때 지혜롭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가정교회를 목회의 한 방법 정도로 생각하는데, 가정교회를 꼭 해야 한다고 하니까 강요당하는 것 같아서 반발심이 생겨서 그러는 것 아닐까? 가정교회의 장점을 강조하다 보면 강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는 수가 있는데, 자신의 목회가 폄하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 나빠 그러는 것 아닐까?
이러한 쓸데없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가정교회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가능하면 ‘가정교회’ 대신에 ‘신약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정교회 세미나에 참석하고 전환을 결심한 목회자들은 교인들의 저항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교회라는 표현을 삼가고 신약 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인들이 ‘가정교회’라는 생소한 표현을 들으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이질감을 느끼고 일단 거부하게 됩니다. 성도들이 가정교회에 관한 저서를 읽고, 평신도 지도자들이 세미나에 다녀옴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개념이 생길 때까지는 가정교회라는 표현보다 ‘신약교회’ 혹은 ‘건강한 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지혜롭다 하겠습니다.
가정교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정교회 4 기둥도 가정교회를 언급하지 않고 얼마든지 소개할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 4 기둥은, 건물을 지을 때 네 모서리에 주춧돌을 박고 기둥을 세워 짓듯이 가정교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4 가지 신약교회 정신입니다. 그러나 이 정신은 가정교회 뿐만이 아니라 주님의 교회라면 어느 교회에나 필요한 것들입니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것이다. 진정한 제자는 가르쳐서가 아니라 보임으로서 만들어진다. 교회에서 목회자와 성도의 사역은 성경적으로 분담되어야 한다. 주님이 원하시는 리더십은 종이 되는 리더십이다. 이런 식으로 4 기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가정교회 정신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가정교회 3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교회 3축이라는 익숙지 않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교회에서 진정한 회심과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인간의 지정의가 골고루 터치 되어야한다. 감성을 터치해 주는 소그룹이 있어야 하고, 복음과 크리스천의 삶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성경공부가 있어야 하고, 결단과 결심을 끌어내는 주일 예배가 있어야한다고 말해 주면 됩니다.
교회 회복을 말할 때 보통 “초대교회를 본받자!” “초대교회로 돌아가자!” 등 ‘초대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왜 가정교회에서는 ‘신약교회’라는 표현을 쓰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신약교회’는 초대 교회나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특정 교회를 지칭하지 않습니다. 신약성경에는 이미 다양한 모양의 교회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교회, 안디옥 교회, 로마 교회를 피상적으로 보더라도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회 중에서 한 교회를 선택하여 신약교회 모델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신약교회’라고 할 때에는 ‘신약 성경에 기록된 교회’라는 의미입니다. 신약성경에 기록된 여러 교회와 교회 생활을 모델로 삼아서 최대한 이에 가까운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또한 ‘신약성경에 기록된 교회’라는 의미는, 신약성경만을 지침으로 삼자는 것입니다. 끊임 없이 성경에 기록된 교회 모습에 비추어 보아 미비한 점이 있으면 보강하고,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시정하여, 성령님이 주도하시는 생명력 있는 교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