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를 키워야합니다” <8.24.2012>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8.24 02:02:08

돌아오는 주일 오후 3시에 휴스턴 서울 교회 3대, 4대 목자 이취임 식이 있습니다. 이로서 저는 20년에서 4개월 모자라는 담임 목사 사역을 마치고, 저보다 더 목회를 잘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이수관 목사님에게 사역을 물려주게 됩니다.

 

후계자를 키워서 사역을 물려준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선 교인들의 반발이 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이 목사님을 후임자로 놓고 투표할 때, 왜 다른 교회처럼 많은 지원자를 받아서 그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서 투표하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세습이라고 하면서 저를 도끼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후임으로 선택된 사람도 쉽지가 않습니다. 오랜 기간을 담임 목사를 보필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기 꿈과 포부를 펴보고 싶은 젊은 목사가 그런 욕구를 접고 담임 목사 그늘 밑에 머물러 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 교인으로 있다가 후계자로 발탁될 때 다른 교인들부로터 받는 질시와 소외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후계자를 키우는 담임 목사도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후계자로 공식적인 결정이 난 후가 어렵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난 후에, 후계자가 될 사람이, 그런 결정은 앞으로 담임이 될 나에게 맡겨주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을가 싶어서 눈치가 보입니다.  또 후임자 될 사람이 담임 사역 준비를 위해 사람을 만나고 모임을 가지면 아직 담임 목사가 아닌데 왜 내가 은퇴할 때까지 안 기다리나? 섭섭한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후계자를 키워서 담임 목사 직책을 물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의 독특한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후임자로 오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한다는 강박감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다 무너뜨리고 새것을 시도하려합니다. 이러는 가운데 교인들, 특히 평신도 지도자들과 갈등이 생겨서, 교인들을 찢어나가 교회를 개척하든지, 본인이 교회를 떠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장기 목회를 한 목사님이 은퇴한 직후에 말고, 2번째나 3번째 목회자로 부임하는 것이 좋다는 말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임 목사님이 떠난 후 2번째, 3번째 목사님이 와서 교회가 회복되리라는 보증도 없고회복 된다고 해도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 동안에 교회와 교인들이 받는 상처는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나쁜 소문이 나면서 불신자 전도가 어려워지고, 새로 믿게 된 사람들이 실망해서 교회를 떠나게 됩니다.

 

가정교회는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가정교회를 포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 세 축을 상징하는 로고에서 보듯이 가정교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담임 목사가 중심에 든든하게 자리 잡아 주어야합니다. 담임 목사의 리더십이 흔들리거나 불확실할 때 가정교회는 굴러갈 수가 없습니다.

 

후임 목사와 평신도 지도자들간에 갈등이 생기게 되면 가정교회는 서서히 와해될 것입니다. 신약 교회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되는데, 담임 목사의 위치가 확실치 않고 지도자들과 갈등이 있을 때  교인들이 가정교회를 지속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정교회를 완전히 접지는 않겠지만 소그룹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입니다.

 

가정교회와 그 교회 문화를 잘 이해하는 후계자가 세워지면 지금까지 해오던 좋은 것들을 무너뜨리고 새 집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정교회의 삶 공부를 비롯한 모든 관행이 개교회의 관행이 아니라 가정교회 관행이기 때문에, 후계자가 가정교회를 잘 이해한다면 이미 세워진 터 위에 자신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꿈을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후계자를 세워서 사역을 이양하는 것이 성공하느냐 안 하느냐는 은퇴하는 목회자에게 달렸습니다. 후계자에게 자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충분히 주고, 은퇴가 가까워지면 서서히 자신의 권리와 특권을 포기하고 후계자가 될 사람에게 물려주어야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것을 잃는 것 같은 상실감, 주연에서 조연이 되는 듯한 서운함을 이겨내야합니다.  그리고 일단 물러난 후에는 교회 일에 절대 간섭을 하지 말고후계자가 소신껏 사역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후계자를 키워서  담임 목사직을 물려줄 때 유익이 있습니다. 은퇴 후 반드시 교회를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은퇴하기 전에 사역을 이양해 주고 서로의 자리를 정립했기 때문에, 후임 목사님의 허락 아래 목자가 되어서 목회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