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목회자 코너를 30-40개 미리 써 놓고 필요할 때에 골라서 사용합니다. 아래 코너는 10여 년 전쯤에 써놓았던 것 같은데 재미있어서 버리지 않고 올립니다.
“저는 서울 침례교회에서 은퇴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은퇴를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 되면 교회를 떠날 지를 미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교회를 떠나지 않을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원로 목사님으로부터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최 목사, 교인들이 담임 목사님을 사랑하고 교회를 위하여 할 일이 있는 동안은 교회를 떠나지 말아요.” 그러므로 서울 침례교회를 통하여 구령 사역이 이루어지고 성도님들이 저를 담임 목사로 원하시는 한은 서울 침례교회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더 많은 복음을 전할 수 있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큰 교회 초청을 받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교회를 벌써 몇 번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 두 가지 상황이 생기면 교회를 떠날 것입니다.
첫째는 교인들이 몸을 아끼고 희생을 기피하기 시작할 때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는 것은 교회에서 섬기고자 하는 정신이 점점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의 사역은 종의 사역인데 참된 사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희생을 자원할 수 있는 것은 성령님의 역사가 아니고는 불가능합니다. 희생이 사라진다는 것은 담임목사가 교인들을 영적으로 고취시키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영적인 지도력을 상실하고 담임목사로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둘째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교회 운영을 지배할 때입니다. 교회가 불합리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는 초자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운영되어야 합니다. 합리에만 의존하면 하나님의 능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뜻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면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안 될 것 같은 일이라도 밀고 나갈 수 있는 믿음의 눈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것이 상식과 합리에 의하여서만 결정되면 하나님이 역사하실 여지가 없어집니다. 하나님이 역사하시지 않는 교회에 머물러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목회자가 교회를 떠난다고 말했으면 떠나야 합니다.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가 주위 만류에 의하여 결정을 번복한 목회자들을 보면 얼마 안 있다가 결국은 떠납니다. 떠난다고 발표하면 교인들이 마음이 다급해져서 잡지만, 마음을 바꾸어 머무르기로 하면 교회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는 자체가 섭섭해집니다. 교인들과 목회자 사이에 간격이 생기기 시작하고 결국 목회자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저는 떠나겠다고 한번 말을 꺼내면 반드시 떠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