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교회에서 성찬식을 할 때에 사도신경을 같이 읽습니다. 전통적인 침례 교인이라면 여기에 대해 의아해 할 것입니다. 타 교단에서는 예배 순서에 사도신경을 암송하는 순서가 대부분 들어있지만, 침례교회 예배 순서에는 안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예배 순서에 사도신경 암송 순서가 없다고 침례교회가 이단이라고 매도당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침례교회이건 아니건, 예배 중에 사도신경을 암송하는 교회는 거의 없습니다. 주일 예배 때에 사도신경을 암송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유의 예배 문화입니다. 아주 옛날, 미국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교회를 세웠을 때에 대중들에게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가르치기 위하여 사도신경을 예배 중에 암송토록 한 것이 전통으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사도신경은 3-4세기 이단들이 횡행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에게 미혹되지 않도록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명기해 놓은 것입니다. 침례 교인들은 이 고백의 내용에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침례 교인들의 독특한 신념 때문입니다. 신학이나 교리를 참조는 하지만 그것을 신앙의 기준으로 삼거나 거기에 매여서는 안 되고, 오직 성경만이 삶의 기준이 되어야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일 예배에서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침례교회 예배 중에 사도신경을 암송해서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침례교회는 개인의 양심과 개 교회의 특징을 존중해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배에 사도신경을 도입하지 않은 것은 교리적인 이유보다 실제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신앙은 지적 동의가 아니고 순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적으로 사도신경에 담겨진 내용에 동의만 하면 크리스천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도신경을 암송할 때 기계적으로 하지,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으로 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작년 부활절 예배 말미에 권도문 대신에 사도신경을 봉독했습니다. 그랬더니 은혜가 되었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새로 믿는 분들이 대부분인 우리 교회에서는 사도신경을 통해 신앙의 핵심을 가끔 상기시켜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성찬식에 사도신경을 도입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믿습니까?” 제가 물으면 회중들이 “무엇 무엇을 믿습니다.” 대답하는 형식으로 하니까 기계적으로 암송하지 아니하고 진정한 신앙 고백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