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없던 세월" <6.14.2009>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9.06 04:38:49

저는 새벽기도 때 “긴급기도”라는 제목이 붙은 명단을 갖고 매일 기도합니다. 급하게 기도가 필요한 성도들의 명단입니다. 요즈음에는 이 명단이 직장을 잃은 분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어떤 분이 직장을 잃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제가 당한 것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직장을 잃었을 때 맛보는 수치심, 새 직장이 얻어질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 자신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체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위를 받을 즈음에 맏아들 선일이가 태어날 예정이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다 이사를 하면 너무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아서, 학위를 받은 후 1년 더 학교에 머물면서 연구생활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지도 교수가 학교를 떠나고, 기대하던 연구 프로젝트가 연장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졸업 후 3개월 안에 직장을 찾아야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1976년에 불황이 극심했습니다. 서둘러 전국적으로 200-300개의 이력서를 보내보았지만 거절 편지만 도착했고, 보통은 답신조차 없었습니다.

 

 

 

3개월 후 저는 실직자가 되어서, 아내가 약사로 나가서 일하고 저는 집에서 갓 태어난 선일이 기저귀를 갈아주며 가사를 돌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가계를 책임지지 못하니까 자격지심이 들어서 부부간에 다툼도 잦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세월이 흐르는데도 직장이 생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러다가 일생동안 직장 없이 사는 것이 아니냐는 과장된 두려움까지 생겼습니다.

 

 

 

저는 이 기간을 통하여 불우한 사람들, 특히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때까지는 잘 안 풀리는 사람을 보면 자신이 무능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본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직장을 잃거나 사업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경험을 통하여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신실하셨습니다. 실직한지 3개월 후 이력서를 다시 돌렸을 때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같은 주일에 두 개의 오퍼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실직상태를 통하여 불우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을 배우게 하시고, 예금 통장이 바닥이 날 때 쯤 직장을 주셔서, 견디지 못할 시험은 허락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이루셨습니다. 또, 여러 군데서 인터뷰 요청이 있게 하셔서 당신의 풍성함을 맛보게 하시고 제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