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에는 봐 주세요” <7.20.2008>

최영기모다카이브 2023.09.02 09:48:32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는 분들 가운데에 “배추 장사” 혹은 “음치”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저를 묘사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뜻이라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신경이 쓰일 때가 있습니다. “쌀쌀해 보인다” “찬바람이 도는 것 같다” 라는 식으로 표현할 때입니다. 오래 전이지만 어떤 분이 아래와 같은 글을 나눔터에 실렸습니다.

 

 

 

“강대상 앞에 서 계신 목사님의 모습은 너무도 인자한데, 복도에서나 다른 장소에서 마주치면 미소 짓지 않기로 작정이라도 한 사람 같아 보입니다. 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제 평생 처음으로 더듬거리면서 키보드를 칩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글입니다.

 

 

 

요즈음 비슷한 말을 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때 올렸던 댓글을 여기에 옮깁니다.

 

 

 

"자매님, 섭섭했지요? 복도에서 만나면 미소 짓지 않기로 작정한 사람 같아 보인다고 했는데 사실입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미소 짓고 인사를 나누려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주일 날 교회당 안에서는 교인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앞에 오는 사람들 머리 바로 위에 시선을 맞추고 빨리빨리 걷습니다. 친교실에 가서 누구를 찾을 때에도 내가 찾는 사람 외에 다른 얼굴들은 다 무시합니다. 그러니 모른 척한다는 비난을 들을만도 합니다.

 

 

 

또, 주일에 얼굴 표정이 굳어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긴장하기 때문입니다. 예배를 인도하고 설교를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하루 종일 긴장해 지냅니다. 피곤도 한 몫을 합니다. 주일 아침에도 평시처럼 새벽 5시에 교회에 나와서 새벽 기도를 드립니다. 새벽부터 스케줄이 시작되니까 두 번의 예배 사회와 설교를 마치고 나면 피곤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 3부 예배를 드리기 전에 집에 가서 잠간 쉬었다 오려고 가다보면 운전대를 잡은 채 나도 모르게 깜박깜박 좁니다. 그래서 안전을 위해 20분간 사무실에서 누워서 눈을 감고 쉬었다 출발해야 합니다.

 

 

 

그러나 강단 위에 올라가서 설교할 때 표정이 인자해 보이는 것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기 때문입니다. 설교하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저에게 달린 것처럼 긴장하여 최선을 다하지만, 일단 강단에 서면 오로지 성령님께 의지하려고 합니다. 성령님께 모든 것을 맡기니까 얼굴 표정이 편해 보이고 여유 있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내막을 이해해주시고 주일날 제 표정이 굳어 보이거나 무표정해 보여도 봐주시기 바랍니다. 대신에 평일에 교회 사무실로 찾아오십시오. 방긋방긋 웃으면서 맞아드리겠습니다."